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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 더글라스 케네디 (모든 일은 그렇게 흘러간다)

▶ 제목 : 파이브 데이즈
▶ 작가 : 더글라스
▶ 출판 : 밝은 세상
▶ 초판 : 2013.11.20
▶ 장르 : 흥미진진 / 사랑이야기 / 하지만 불륜(?) / 살짝 반전(?) / 결혼과 이혼 / 아이들 / 영상의학과
▶ 기타 : 페이지 446쪽 / 무게 593g / 크기 147 x 210 x 22 (mm)
▶ 읽기 : 빅 픽처 영향 탓인지 '나를 어서 빠져들게 만들어줘' 주문을 자꾸 외우게 됨. 결국 아슬아슬 빠져들긴하나... 

 

<출처 : 파이브 데이즈 e북 캡쳐>

 

출판사 책소개 (yes24 책소개 참조)
☞ 내용 중 주요부분 [색상 & 볼드] 처리했습니다.
☞ 2013년 (약 10년전) 발행한 책이어서 그런지 책 소개가 진부하게 다가옵니다.

 

진정한 ‘나’를 찾는 변화의 시간!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빠져 있는 삶의 질곡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지만 사실 그런 환경을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기 쉽다. 이 소설은 아무리 궁지에 몰렸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내고자 한다면 희망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다만 변화를 바라는 희망과 실제로 변화를 추진하는 힘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위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사랑하는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더욱 힘들다. 작가는 덫에 빠진 결혼생활을 지속해간다는 건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걸 이 소설의 주인공 로라를 통해 이야기한다.


로라는 보스턴에서 열리는 영상의학과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보스턴에 가고, 홀로 나들이를 하게 되고 그 결과 몇 가지 우연과 필연이 겹치면서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나게 된다. 로라는 보스턴에서 만난 보험세일즈맨 코플랜드와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들면서 지난 23년 동안의 세월을 얼마나 허망하고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는지 깨닫는다. 항상 남편과 자식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 매사 눈치를 살피며 가정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삶, 여행 한 번 갈 짬을 내지 못하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허구한 날 일에 매진해야 하는 삶은 결국 로라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놓은 덫이라 할 수 있었다.
사랑이야말로 부침과 굴곡이 심한 인생에서 커다란 위안과 힘이 되어주는 게 분명하다. 이 드넓은 우주에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기에 사랑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고 한다. 사랑의 최대 맹점은 상대에 대해 제대로 살필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빠져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너무나 큰 기대를 건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삶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랑의 덫에 빠지면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로라는 처음부터 잘못된 결혼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남편 댄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잘 맞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로라는 그 사실을 분명하게 알면서도 23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다. 로라의 경우가 이해하기 어렵긴 해도 그다지 특별한 예는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인생 말년에 이르기까지 배우자를 원망하면서도 결별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배경이 외국이고, 인물들도 외국인이지만 인물들이 처한 환경이나 생각이 우리 정서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이번 소설에서도 그런 면이 돋보인다. 주인공 로라를 비롯해 많은 인물들이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인 부모 밑에서 바라던 바를 끝까지 추구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한다. 그들은 젊은 시절의 잘못된 선택으로 말미암아 중년이 될 때까지 자신의 삶을 능동적이고 활기차게 열어가지 못한다. 가부장적인 가정환경, 억압적인 성장의 과정이 성인이 된 뒤에도 큰 굴레로 작용하는 삶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탓인지 이 소설은 우리의 정서에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로라와 아들 벤이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 그리고 그 실천의 방법들을 보며 독자들은 실제적인 도움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작가는 주인공의 미래를 독자에게 섣불리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이 소설은 해피엔드도 비극적인 결말도 아니다. 우리의 삶이 그 어느 쪽에도 설 수 없듯이 작가는 로라의 생을 한쪽 면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작가가 은연중 내비치는 로라의 앞날은 분명 희망적이다. 그 희망은 로라가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삶을 찾겠다는 결단과 노력에서 엿볼 수 있다. 로라는 인생의 변화를 꿈꾼다.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읽으며 갈무리한 내용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더글라스 케네디. 

이름만 들어도 벌써부터 가슴속 한켠에서 설레임에 두근거리는 심장 움직임이 느껴진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의 조건반사처럼. 그 만큼 '빅 픽처'의 흡입력은 엄청났었다. 찾아보니 '빅 픽처'는 1997년 출판했고 한국에서 발행된 건 2010년 이었다. 거의 10년전 읽었던 소설인데 아직도 그 느낌이 생생하다. 그리고 얼마전 우연히 읽었던 오로르 (아래 Link 참조) 또 한 번의 감동을 느꼈다. (종류는 달랐지만) 

 

2023.10.03 - [분류 전체보기] -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 더글라스 케네디 (삽화가 예뻐요)

 

파이브 데이즈. 

책 표지에서 느껴지는 굵고 거친 느낌의 삽화는 '밝은 세상' 과 '더글라스 케네디' 의 조합임을 알려주는 트레이드 마크. 금새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겉면 하단에 노란색으로 '그녀의 삶에서 가장 뜨거웠던 5일이 시작된다!' , 기대감을 안고 시작을 하게 되는데...

 

<주인공 로라와 그의 남편 댄>

둘은 사이가 좋지 않다. 사랑이 식었다는 참 진부한 표현으로 정의 내려질 만큼. 로라는 어떻게든 댄과의 사이를 좋았던 과거로 돌리려 애를 쓰지만, 댄은 그저 시큰둥. 댄은 1년 6개월전 직업을 잃고 무직인 상태라 아내의 모든 말들에 날카롭게 반응하고 깊게 더 깊게 웅크린채 방어적인 사람이 되었다. --- 아, 사실 개인적으로는 참 많이 답답했다. 아내가 저 정도까지 노력하는데 댄 왜 저러는 거야. 그리고 한편으론 계속 불안해졌다. 위에서 언급한 '그녀의 삶에서 가장 뜨거웠던 5일이 시작된다' 라는 저 문구. 나도 결혼해서 책과 똑같은 4인 식구의 일원인데, 저 문구는 가정이 파괴(파괴 라는 단어가 상당히 올드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붙여본다) 되는 걸 의미할까? 그러면 안 되는데, 너무 몰입했는지 내 가정이 파괴(?) 되면 어쩌나, 소설 속 일들이 만약 나에게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되나. 굳이 안 해도 될 온갖 상상을 하며 책의 초반부를 달려가고 있었다. 

 

<로라와 코플랜드>

역시 안 좋은 상상은 현실이 된다니까. 로라는 출장으로 보스턴으로 향하게 되고. 거기서 우연히 마주친 보험세일즈맨 코플랜드. 그들은 여러가지 우연을 겪게 되며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고, 드디어 사랑에 빠진다.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두 사람 모두 책과 말에 조예가 깊어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깊이 스며든다. 그 뒤로는 호텔에서 나오지 않는다...허허허 ^^;; 

결국 이 두 사람.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제는 나도 댄 입장이 아닌, 로라와 코플랜드 입장에 서서 (댄 미안~) 그 둘의 티키타카를 바라본다. 

 

당신은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쓸 생각이지?

제임스 M. 케인 느낌으로 괜찮지 않을까?

거기에 팜므파탈만 추가하면 되겠네.

코플랜드가 말했다.

당신은 정말 대단해

제임스 M. 케인이 누군지 알아서?

말도 안 되게 똑똑해서.

나는 코플랜드에게 키스했다.

당신한테는 약간 못 미치지.

코플랜드가 나에게 키스했다.

당신이 나보다 더 똑똑해.

내가 코플랜드에게 키스했다.

친절하기도 하지.

코플랜드가 나에게 키스했다.

그냥 정확하게 말한 거야.

사랑해.

사랑해.

호텔에서 나가는 길에 코플랜드는 프런트에 들러 하루 더 묵겠다고 말했다. 프런트직원은 스위트룸에 예약이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좋다고 말했다. 신은 분명 우리 편이었다. 바깥은 더없이 좋은 가을날이었다. (책 315 면)

 

이런. 

읽다보니 왜 부럽지?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솔직히 현실에서의 나라는 존재와는 별개로 로라와 코플랜드 간의 사랑 대목에서는 "나도???" 라면서 한번쯤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게 된다. 그러다 현실로 돌아오면 "어우~~~" 머리채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차리자 다짐하기도 여러 차례. 불경한 생각이 아니라고 속으로 되뇐다. 소설에 너무 빠져 있었구나...생각을 해 보며, 마음을 다시 다 잡아 본다. (이게 머라고...참 ㅎ)

 

<로라의 새 출발>

로라와 코플랜드는 인생의 더 멀리까지 함께 설계하며 다짐했지만, 결국 코플랜드는 약속을 지키지 못 하고 로라를 저버리게 된다. 

 

그러다가 침대 위에 놓은 가죽재킷이 보였다. 코플랜드가 새로 산 가죽재킷 위에 역시 새로 산 안경이 접혀진 채 놓여 있었다. 베개에 놓인 쪽지도 보였다. 나는 쪽지를 집어 들었다. 

로라. 세상 무엇보다 당신을 사랑하지만 집에 가야 해. 정말 미안해. (책 364 면)

 

코플랜드는 결혼 생활을, 아니 사랑이 남아 있지 않는 아내를 버리지 못 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해 안 되지만, 이해도 된다. 로라는 아픔을 딛고 일어난다. 하지만 코플랜드로 인해 명확히 더 깨닫게 되는 현실. 더 이상 댄과의 결혼 생활은 무의미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고, 결국 이혼을 선택한다. 

 

그리고, 로라는 새 출발을 한다. 매일 8km을 달리기도 하고, 이직도 하고, 새로운 집도 구한다. 로라의 아이들 벤과 샐리도 그런 로라를 응원한다. 그리고 나도 응원한다. 

 

이 아파트는 이제 집주인의 한마디에 떠나지 않아도 되는 내 집이 된다. 벤과 샐리가 이 집을 물려받기 전까지 언제라도 와서 지낼 수 있어도 되는 곳이 된다. 아버지가 말했듯이 모든 일은 다 지나간다. 그 한가지 진실이 인생이라는 희극의 밑바탕이다. (책 431~432 면)

 

거의 마지막 즈음에 만나는 글귀다. "모든 일은 다 지나간다" 

점심시간에 리뷰 글 써야지 하며 컴퓨터를 켰다 유투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알쓸인잡을 봤다. 거기에 나온 심채경 작가를 보니, 반가운 마음도 잠깐, 심채경 작가의 책에서 만났던 글귀가 떠오른다.

 

"누구에게나 각자 인생의 흐름이 있는 것이고, 나는 삶을 따라 흘러 다니며 살다보니 지금 이러고 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145 면)

 

파이브 데이즈. 사랑 얘기로 시작하고 끝을 맺지만, 모든 일은 다 지나간다 라니... 그저 최선을 다 하자로 이만 결론을 내려볼까 한다. 아...그 보다 더 중요한 걸 잊었다. 그저 최선을 다 하자. 아내에겐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