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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 김영하 작가 (7편의 단편모음집)

▶ 제목 : 오직 두 사람
▶ 작가 : 김영하
▶ 출판 : 복복서가 (구 문학동네)
▶ 초판 : 2022.07.04 (구 2017년)
▶ 장르 : 단편모음 / 다소 의아함 / 자세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음 / 따라서 여러 해석이 가능
▶ 기타 : 페이지 287쪽 / 무게 320g / 크기 128 x 198 x 18 (mm)
▶ 읽기 : 짧은 7개의 단편 모두 어렵지 않게 읽기 가능. 그런데, 뜻은 어려움.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의아함>

우리는 알고 있다. 김영하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그의 글을 읽어본 사람들은 그의 매끈하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금새 빠져들겠고, 그의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박학다식 한지 알 것이다. 보면 볼 수록 정말 부러운 사람이다. 어쩜 저리도 똑똑한데, 글 잘쓰고 말도 잘 하는지. 팔방미인을 넘어 구방, 십방미인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작년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를 읽었었다. '작별인사' 전에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을 읽었었는데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미래가 배경이었다.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도 굉장한 호평을 받고 있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를 먼저 읽으며 사실 마음속 한 구석이 계속 불편했었다. 나에게 이 소설은 그리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그럴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각자의 생각 즉 개성이 다양하니. 그런데, 이상했다. 미래를 그리는 SF장르로써 화두를 던지는 느낌의 단편들이었는데, 왜 많은 이들이 이토록 열광할까. 정말 계속 고민했었다. 단편 보다 장편을 선호하는 나의 기호에서 비롯된 걸까. 아니면, 남들이 느끼는 어떤 포인트를 놓친 나만의 결핍일까. (내가 놓치는 무언가가 있겠지 라고 사실 결론을 내린 상태였었다.) 어쨌든 그런 고민을 하던 중,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를 만났다. 김영하 작가의 오랜만의 장편소설이었다. 시대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역시 미래가 배경. 읽으며 속이 후련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에서 느꼈던 답답했던 마음이 일거에 해소됨은 물론, '작별인사' 를 통해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일들과, 관련된 고민과 생각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간직한 채,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을 읽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단편 모음집. 

음...이번에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마음속 한 구석의 불편함'. (이제는 명확해졌다. 김초엽 작가가 문제였던 게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고.)

 

하지만, '오직 두 사람' 단편 내내 이어지는 어두운 모습들과 부정적인 단어들. 그리고 명확한 설명없이 생략되거나 갑자기 불쑥불쑥 이어지는 상황들과 등장인물들. 의아했다. 정말 의아했다. 작가가 펼쳐놓은 시/공간을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다. 이런 전개였다.

 

"선생님은 옥수수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거. 이제 그거 아시잖아요?"

환자는 말했다.

"글쎄 저희 알지요. 하지만 닭들은 그걸 모르잖아요?"  --- 119~120 면 (옥수수와 나 중에서)

 

정답이 없는 문제를 직면한 기분이다. 읽다보면 재미는 있는데 도저히 모르겠더라. '슈트'의 마지막도 의아했고, '신의 장난' 은 무얼 말하는 걸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답이 잘 안나왔다. 

 

어쩌겠는가. 그냥 정답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추상화의 대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김영하 작가의 이번 단편들은 '추상화'가 아닐까. 그림을 보는 이들이 각자 해석하는대로 자유를 부여하고 정답은 각 개인이 읽어내는 만큼 해석이 되는. 물론, 김영하 작가가 만들어 놓은 커다란 줄기들은 분명 존재하고, 그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지식/배경 등을 근거로 자기 만의 무수히 많은 잎사귀들을 양산해 내는. 그런. 그러면서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의 7단편들은 그렇게 풍성해진 각자의 잎사귀들을 가지고 (때로는 비판이 깃든 날카로운 침엽수 잎이라도) 다양한 줄기들을 만들어 내고, 그 줄기들이 모여 하나의 독창적인 토양이 이뤄지는. 

 

쓰다보니, 너무 거창한 생각의 연속이었구나 경계하게 되면서, 이와 언급한 김에 한 가지만 더 말하고 지나가야겠다.

과거 '아마존 미래전략 2022' 에서 읽었던 내용 중, 제프 베조스가 레스토랑에서 biz 모델을 고민하면 냅킨에 그렸다던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래의 loop가 연상이 되었다. 낮은 원가/가격 → 상품 → 고객유입 → 고객경험 → 트래픽 증가 (사람들 몰리고) 이런 선순환의 구조로 플랫폼을 만들어내며 성장을 일군. 

 

좀 다른, 아니 완전히 낯선 영역의 이야기지만, 김영하의 '오직 두사람' 의 단편들도 이와 같은 풍성한 연결고리가 되길 희망한다. 비록 저는 그리 큰 울림은 받진 못 했지만, 그럼으로써 또한 작품을 읽어내는 다른 시각을 깨우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을 얻은 것 같다.

<출처 : 구글 영어 검색시 무수한 이미지 중, 아마존 제프 베조스의 Biz Circle>

 

때 마침.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과 겹쳐 읽던 책이 최은영 작가의 '애쓰지 않아도' 였다. 두 명의 작가가 또 오버랩 되면서 이해가 되었다. 최은영 작가는 이것저것 친절히 설명해주는 명쾌한 펜대로 그리는 세밀화 같은 느낌이라면,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은 7편의 추상화를 본인이 느끼는 대로, 그 시절 김영하의 무언가가 투영되어그리고 있구나. 라고. 추상화들의 주도권은 오롯이 독자들의 몫이구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