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애쓰지 않아도
▶ 작가 : 최은영
▶ 출판 : 마음산책
▶ 초판 : 2022.04.30
▶ 장르 : 단편모음 / 14편의 글들 / 주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 / 고양이가 많이 등장
▶ 기타 : 페이지 231쪽 / 무게 347g / 크기 133 x 195 x 17 (mm)
▶ 읽기 : 14편의 단편소설. 잔잔히 읊조리는 독백이 나레이션처럼 조곤조곤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출판사 책소개 (영풍문고) 내용 중 일부 발췌
☞ 내용 중 주요부분 [색상 & 볼드] 처리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좀처럼 지치지를 않나봐요.
자꾸만 노력하려 하고, 다가가려 해요.
나에게도 그 마음이 살아 있어요.”
등단 이후 줄곧 마음을 어루만지는 맑고 순한 서사, 동시에 폭력에 대한 서늘한 태도를 잃지 않는 작품을 발표해온 최은영 작가의 신작 짧은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가 출간되었다. 최은영 작가는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중요한 이름으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두 권의 소설집(『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과 한 권의 장편소설(『밝은 밤』)을 발표하는 동안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는 등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가다.
앞서 발표했던 작품들에서 인물 간의 우정과 애정을 세심하게 살폈던 최은영은, 이번 짧은 소설집에서도 그 시선을 여실히 드러낸다. 우리가 여리고 민감했던 시절, 몰두했던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상처받아 뾰족해졌던 마음의 모서리를 쓰다듬는다. 상처를 응시하는 시선은 올곧고 바르지만, 이를 감싸는 문장은 사려 깊고 따뜻하다. 어긋난 관계로 인해 상처받았던 사람이라면, 최은영의 소설에서 정확한 위로를 받게 된다.
마음산책 열네 번째 짧은 소설로 출간되는 이번 책은 김세희 그림 작가가 함께했다. 풍경에 스미는 빛을 포착해서 캔버스 위에 옮겨놓는 김세희 작가의 작품들은 따스한 봄을 닮았다. 애틋함이 가득한 그림들은 최은영 소설 속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애쓰지 않아도』에는 짧은 소설 열세 편과 함께 원고지 100매가량의 단편소설이 한 편 수록되어 있다. 보다 자연스럽고 경쾌하게 진행되는 짧은 소설과 어우러진 단편소설에서는 최은영 특유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좀 더 묵직한 호흡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읽으며 갈무리한 내용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나에게 최은영 작가란>
최은영 작가를 처음 만난 건, <밝은 밤> 에서 였다. <밝은 밤> 을 읽기 전 탐독했던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에 매료된 감흥이 걷혀질 때쯤 무엇으로 그 공간을 메워야 하나 고민하다 만난 소설이 <밝은 밤> 이었다. 혼란스럽던 1900년대 초의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 "人" 들의 이야기가 무척 닮아 있었다. 하지만, <파친코> 가 큰 파도가 넘실거리는 대양을 헤쳐가는 커다란 타이타닉호와 같았다면, <밝은 밤> 은 잔잔하지만 굽이굽이 꾸불꾸불 변수가 많은 우리네 강가를 매끈하게 빠져나가는 나룻배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새비'와 '삼천'이가 겪으며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작지만 큰 울림으로 아직도 내 안에 갈무리되어 있다.
이렇듯 언제나 최은영 작가를 떠올리면 <밝은 밤> 의 '새비'와 '삼천'이가 바로 연상될 정도로 깊이 각인되어 있고, 힘든 시기를 살았을 책 속의 그녀들의 삶에 무언가 애틋함을 넘어 아련함까지 전달이 되곤 한다.
그러다 이번에 만난 단편집 <애쓰지 않아도>. 모두 14편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어, 읽기 전 걱정스런 마음이 있었다. 14편의 단편에 14번의 좋은 감정이 아닌, 13번의 혹은 12번의 좋은 감정을 느낀다면 어떡할까. 아끼고 아낀 "최애" 작가의 이야기에 내가 못 따라가면 어떡할까. 그런 감정들?
기우였다. 글쎄, 좋았다 안 좋았다. (=호오, 지난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인지 약간 헷갈리지만, 여튼 책에서 '호오' 라는 단어가 2번 정도 쓰이더랬다. 호오~ 나중에 나도 일상생활에 꼭 써 봐야지 생각해 본다.) 를 넘어, 그냥 빠져들어 같이 고민해 보고, 나라면 어땠을까 를 생각해 봤다.
<책 속의 단편들의 느낌은>
14편 모두 기억에 남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은영 작가는 아마도 "관계"에 대한 비중이 상당한 분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봤다. <밝은 밤> 을 읽을 때는 그처 푹 빠져들어 읽느라 그리고 최은영 작가의 첫 작품을 대하느라 미처 몰랐는데, (성격이 다른) 작지만 각각의 우주를 품고 있는 14개의 작은 세상을 만나고 보니, 최은영 작가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그 "관계" 속에서 개인의 성장, 작품의 성숙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을 해 본다.
서두에 최은영 작가의 이런 말들이 있었다.
"낯선 해변에서 답 없는 미래를 고민하던 기억 [데비 챙], 목적지 없이 정신없이 걸어 다니던 기억 [한남동 옥상 수영장], 떠난 고양이를 애도하던 기억 [임보일기], [꿈결], [무급휴가], 친구와의 관계에서 솔직할 수 없던 기억 [애쓰지 않아도], [숲의 끝], 폭력적인 공익광고를 보던 기억 [손 편지], 병아리를 키우던 기억 [안녕, 꾸꾸], 고기를 먹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호시절]" --- 책 7면
책을 끝까지 마치고, 다시 돌아와 최은영 작가의 서두를 읽자니, 감정이 더욱 이입되는 아이러니 마저 느끼다니. 무척 동화되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특히, [데비 챙]의 낯선 해변에서 답 없는 미래를 고민하던 기억과, 현재의 내 사정이 겹쳐 책 속 한 문장이 더욱 다가왔다.
"너도 자라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니. 그렇게 따로 묻지 않았던 건 외롭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란 꿈처럼 대단한 목표가 아니라 공기나 물처럼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 책 41면
하지만, 나에겐 "사랑이 넘치는 가족" 이 있다.
안도감.
편안함.
그런 감정들로 다시금 힘을 내어 본다.
짧고 잔잔했지만, 여운은 길고 아련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