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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 정세랑 작가 (에로에로 에너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제목 : 보건교사 안은영

▶ 작가 : 정세랑

▶ 출판 : 민음사

▶ 초판 : 2015.12.07

▶ 장르 : 소설 / 청소년 / 가출

▶ 기타 : 페이지 293쪽 / 무게 425g / 크기 135 x 195 x 25 (mm)

▶ 읽기 :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흠... 명랑선생님 엽기발랄 자못진지 퇴마활극? 정도면 적당할까?? 재미는? 재밌다!!!!ㅎ

 

<출처 : 민음사 홈페이지 이미지, 색감이 참 다채롭습니다.>

 

줄거리 (출판사 민음사 "편집자리뷰" 내용중)
☞ 리뷰 중 주요부분 [색상 & 볼드] 처리했습니다.

 

본격 학원 명랑 미스터리 소설의 탄생

소설은 제목 그대로 사립 M고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주인공으로 한다. 특별한 것 없는 직업과 평범한 이름이지만 안은영은 보통의 보건교사가 아니다. 일복 하나는 타고난 그녀는 직업으로 ‘보건교사’ 역할에 열심이면서 동시에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들을 처치하고 쫓아내거나, 간혹 위로하는 ‘퇴마사’의 운명에도 충실히 복무한다. 여기에 사립 M고의 한문교사이자 학교 설립자의 후손인 홍인표에게 흐르는 거대한 에너지는 안은영의 활약을 돕는 필수적인 영양제 역할을 한다. 에너지(기)를 보충하기 위해, 학교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둘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맞잡는 사이가 되어 힘을 합친다. 그들 앞에 나타나는 기이한 괴물들, 학생들에게 보이는 미스터리한 현상들, 학교 곳곳에 숨은 괴상한 힘들…… 사립 M고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안은영과 홍인표의 관계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발랄 용감 다정 캐릭터 안은영의 탄생

안은영은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아 온 ‘퇴마사’이자 ‘심령술사’이다. 어둡고 서늘한 면모를 보일 것 같은 캐릭터이지만, 안은영은 퇴마사로서의 전형성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성격과, 교사로서의 직업의식을 먼저 갖고 있는 여성이다. 발랄함과 굳건함, 코믹함과 용감함을 모두 지닌, 지금까지의 한국 소설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강력한 여성 캐릭터이기도 하다. 안은영은 플라스틱 칼과 비비탄 총으로 악귀와 혼령을 물리치며, 통굽 슬리퍼를 신고 뛰어다닌다. 급할 때는 맨발로 스타킹이 찢어지도록 뛰기도 한다. 학생들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들어주며, 엇나갈 것 같은 학생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도한다. 사람을 해치는 괴물과 자신의 힘을 악용하는 자는 가차 없이 응징하지만 사연이 있는 영혼을 조용히 쓰다듬어 주는 방법도 안다. 수동적이지 않고 주체적이며, 감상적이지 않고 감각적인, 걸출한 여성 캐릭터, 안은영이 탄생한 것이다.

 

작가의 편지

2010년의 어느 가을밤, 즐거움과 속도감으로 미끄러지듯 쓴 단편이었을 때는 2014년에 연작 장편이 되고 2020년에 드라마가 될 줄 몰랐습니다. 처음 읽어 주실 때 중학생이었던 분들이 완연한 성인이 되시는 동안, 소설도 성장과 성숙을 해 온 듯합니다. 돌아보니 『보건교사 안은영』에는 제가 평생 쓰고 싶은 주제가 들어 있었습니다. 안은영은 여린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오래 들여다보고, 복잡한 싸움을 지치지 않고 해나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걸어야 하는지 묻는 주인공이니까요. 평생을 다해 대답해야 할 질문을 주머니에 넣고 달리는 저의 친구가,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친구이길 바랍니다. 심드렁하게 심지 있는 안은영이 무지개 칼과 장난감 총으로 머리맡을 지켜 주기를요. 특히나 세상이 망가졌다고 느껴지는 날에, 끝없이 소모되고만 있는 것 같아 슬픈 날에, 다른 사람은 이해해 주기 어려운 외로움이 무겁게 커지는 날에 사람 친구만큼 책 친구가 필요하다고 여겨 왔습니다.

 

읽으며 갈무리한 부분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정세랑 작가님의 책은 처음 접해봤는데, "보건교사 안은영" 의 첫 인상은 굉장히 강렬하다. 캐릭터들이 살아서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고, 짧게 짧게 치고 빠지는 문장들도 글의 속도감을 더해 준다. "그때 저 운동장 끝에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보건 선생이 보였다. 또 스타킹 발로 운동장을 뛰다니 발바닥이 피투성이가 될 텐데,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은영 씨, 나 어떻게 좀, 미친놈이 붙었어, 은영 씨, 당황하다 보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128면) 이 부분을 읽으면 그냥 그려진다, 흙바닥의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스타킹 발의 열혈 보건 선생님. 그런 그를 기다리는 한문 홍인표 선생님. 인표샘 위기의 순간인데도 자못 유쾌함이 느껴진다.

 

정세랑 작가님의 상상력을 얘기안 할 수 없다. 우리가 흔히 판타지물은 가벼이 여기다가 "반지의 제왕" 이나 "나니아 연대기" 같은 탄탄한 내용의 소설을 보면 어떻게 저런 대작을 "창조"하면서 내용까지 탄탄함을 유지했을까 감탄하게 되는데, 보건교사 안은영도 그런 것 같다. 미지의 세계를 만들어 내면서 작가만의 고유한 인물들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은 느낌이다. 그냥 한 마디로 끝내주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