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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믿음에 대하여 - 박상영 작가 (연작소설, 사랑3부작 마지막 작품)

▶ 제목 : 믿음에 대하여

▶ 작가 : 박상영

▶ 출판 : 문학동네 

▶ 초판 : 2022.07.20 

▶ 장르 : 소설 / 퀴어 / 로맨스

▶ 기타 : 페이지 292쪽 / 무게 393g / 크기 133 x 200 x 20 (mm)

▶ 읽기 :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힌다. 하지만, 전편의 등장인물이 곳곳에 등장하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출처 : YES24 '카드뉴스로 보는 책'>

 

줄거리 (출판사 문학동네 편집자 리뷰)
☞ 리뷰 중 주요부분 [색상 & 볼드] 처리했습니다.

 

네 편의 중단편을 엮은 이번 책의 이채로운 특징은 각 작품이 시작되는 페이지에 주인공의 이름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요즘 애들의 김남준, 보름 이후의 사랑의 고찬호, 우리가 되는 순간의 유한영과 황은채, 그리고 믿음에 대하여의 임철우가 그들이다. 유한영의 애인인 임철우를 제외하면 등장인물들은 삼십대 동갑내기인데, 대학과 전공은 물론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이도 성격도 집안 배경도 모두 다르다. 첫 직장의 입사 동기(김남준-황은채), 회사에서 가장 친한 친구(고찬호-유한영), 직장 상하관계이지만 속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유한영-황은채), 혹은 애인이자 파트너(고찬호-김남준, 유한영-임철우)인 이들은 네 편의 작품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이들은 주인공이었다가 조연으로 재등장하며 의외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고 새로운 사건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그야말로 연작소설만의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선배 있잖아요, 저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인간 취급을 받고 싶었어요.” (요즘 애들)

스물여섯 살에 잡지사 인턴으로 일을 시작한 남준은 사회 초년생 특유의 과열된 열정으로”(20)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네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사수 배서정에게서 틈만 나면 호되게 혼이 난다. 수습기간을 마쳤음에도 정직원이 될 기미 없이 하루하루 사회생활의 쓴맛을 맛보던 어느 날, 어김없이 배서정에게서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는 참다못해 배서정을 복도로 불러낸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가리키는 멸칭인 ‘요즘 애들’의 이면과 직장생활의 부조리한 모습을 다룬 이 작품은 이른바 ‘미생(未生)’들의 생생한 울분을 담은 공감도 높은 이야기이다.

 

성격이 곧 운명이다. 후에 나는 몇 번이고 그 말을 되뇌었다.” (보름 이후의 사랑)

수능을 치자마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만나고 클럽을 전전하는 이십대를 보낸 찬호는 회사에서 성적 정체성을 공유한 이쪽 친구인 한영의 안정적인 연애가 부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찬호는 데이팅 앱을 통해 남준을 만나게 되고, 생김새도 성향도 직업 특성도 판이하게 다른 남준과 인생 처음으로 장기 연애를 하게 된다. 이 작품은 외향형과 내향형이라는 극과 극의 성격이 어떻게 관계의 합을 이뤄내는지를 들려주는 자기 고백적인 소설일 뿐 아니라, “오직 두 사람”(86)만의 온전한 동거생활을 위해 필요한 제도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사회 참여적인 이야기이다.

 

그들이 겪었던 삶은 어땠을까. 그들은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다른 걸까.” (우리가 되는 순간)

마케팅 본부의 신생 팀인 디지털마케팅팀으로 전출된 한영은 새로 온 팀장 은채도, 은채가 전 회사에서 데려온 팀원들도, 같은 팀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찬호와 떨어지게 된 상황도 모두 갑작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동갑내기 팀장 은채와 팀을 꾸려나가고, 유튜브 콘텐츠들을 성공시키며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직속 부장인 진연희의 모진 사내 정치,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한영의 성적 정체성의 비밀을 알고 있는 리나 이모의 투병 소식에 한영은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다. 여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은채와 진연희, 리나 이모의 삶을 한영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여성이 겪는 사회생활 속 고투를 다루는 한편, 그들의 교집합 속 차이가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하며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인 여성들 개개의 삶과 선택들을 의미 있게 부조해낸다.

 

나는 결심했다. 미래 같은 것은 함부로 기약하지 않기로.” (믿음에 대하여)

철우는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던 애인 Y의 거짓된 인생과 황망한 죽음으로 삶에 회의를 느끼고 사진작가 일을 그만둔다. 하지만 Y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영과 관계가 깊어지면서 동거를 하게 되고, 이태원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한다는 오랜 꿈을 이루며 활기를 되찾는다. 짧은 행복도 잠시, 세계를 휩쓴 전염병으로 인해 가게는 폐업 위기에 처하고 이모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한영마저 밖으로 나돌면서 철우는 다시금 삶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다.

 

읽으며 갈무리한 부분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연작소설이 주는 즐거움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4개의 작은 이야기들과 그 안을 채우는 인물들 그리고 2번째, 3번째, 마지막 이야기로 이어지며 결국 하나로 합쳐지는 비빔밥과 같은...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 헷갈려 결국 앞 페이지를 뒤적거리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이야기들>

요즘 애들 --- 김남준 

보통 이후의 사랑 --- 고찬호

우리가 되는 순간 --- 유한영과 황은채

믿음에 대하여 --- 임철우

 

이야기는 퀴어, 즉 동성애를 소설 전반에 깔아놓고 있다. 동성애는 사실 개인차에 따른 호/불호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소설 등에서 동성애 소재는 과거보다 조금더 자주, 조금더 과감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만큼 동성애에 대한 사회인식이 조금씩 개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약간 불편했던 부분은 등장인물들간 사랑하는 대상이 너무 쉽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현실에서 만약 친한 친구의 애인과 사귄다면, 많은 희생과 각오가 따르지 않나 생각해 본다.

 

'요즘 애들' 편을 읽으며 많이 느꼈던 부분이다. 갈무리한 부분의 첫 번째 그림의 믿줄 그은 내용. "어떤 종류의 이해는 실패하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자세로 남기도 한다."... 저 또한 사회생활을 하며 성공의 기억, 실패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실패의 기억이 단연코 압도적이다. 실패를 경험한 순간부터 꽤 긴 시간 동안 (길게는 몇 달) 자책하며 그렇게 실패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한탄하게 된다. 어떤 사람때문에, 어떤 상황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그런 '악재'들만 없었다면 나는 성공했을 거라고. 끊임없이 과거에 대해 되샘길질 해 본다. 하지만 그럴수록 과거의 굴레에 사로잡혀 발전이 없음을 어느 날 문득 깨닫고 실패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게 된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그런 실패를 겪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럼 된 거다. 이미 나는 과거를 발판삼아 미래를 그리고 있지 않은가. 책의 문구처럼 내가 가지지 못 했던 "어떤 종류의 이해는 실패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미래에 도움을 주는 "삶의 자세로 남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