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경우 없는 세계 - 백온유 작가 (가출청소년의 삶과 이야기)

▶ 제목 : 경우 없는 세계

▶ 작가 : 백온유

▶ 출판 : 창비

▶ 초판 : 2023.05.17

▶ 장르 : 소설 / 청소년 / 가출

▶ 기타 : 페이지 279쪽 / 무게 325g / 크기 129 x 187 x 19 (mm)

▶ 읽기 : 문체가 어렵지 않다. 다만, 가출청소년들의 가슴 아픈 내용에 마음이 동해 중간에 자주 멈추곤 한다.

 

<출처 : 교보문고 북카드 인용>

 

줄거리 (출판사 창비 책소개 내용중)
☞ 리뷰 중 주요부분 [색상 & 볼드] 처리했습니다.

오늘도 옥탑방 곳곳에 그림자처럼 떠도는 귀신들이 보인다. 한여름임에도 살갗을 에는 듯한 추위가 엄습한다. 인수는 12년 전 감행한 가출과 그때 만난 가출팸,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다 벌어진 사건 때문에 지금도 환각과 환촉으로 고통받고 있다. 어느 날 인수는 지나가는 차에 몸을 던지고 사고를 가장해 운전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소년 이호를 만난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자지도 못한 채 위험천만한 자해공갈을 반복하는 이호를 보며 인수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자수성가했지만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다정한 듯 보이면서도 결국 늘 자식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인수는 존재감 없고 특출난 것도 없고 언제나 주눅 들어 있는 소년이다.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에 지쳐 충동적으로 집을 뛰쳐나온 인수는 PC방에서 동갑내기 가출청소년 ‘성연’과 얽힌다. 첫 만남 때부터 남의 지갑을 훔치던 성연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행동력으로 인수를 챙겨주며 둘은 함께 가출생활을 이어간다. 생필품을 훔치고 화장실에서 자다가 쫓겨나는 고달픈 나날을 보내는 이들에게 보육원에서 도망쳐 나온 ‘경우’가 합류하고, 인수와 성연, 경우는 집 나온 아이들이 드나드는 반지하방 ‘우리집’에 정착한다.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가 시련이고, 달콤한 호의에 속아 뼈 빠지게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교묘한 노동착취와 물건을 훔친다는 의심, “너희 같은 새끼들”(130면)이라는 멸시와 손가락질이다.

 

경우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딜 가도 “구김살 없”(95면)이 구는 선하고 착실한 소년이다. 인수는 마치 “사랑받아본 아이처럼”(256면) 보이는 경우에게 점점 의존하게 된다. 동시에 경우의 존재는 끊임없이 인수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경우는 도무지 ‘우리집’의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이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엉망진창 ‘우리집’을 청소하고 공과금을 납부하는 경우. 어리고 약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경우. 허드렛일을 할지언정 남의 돈에 손대지 않는 경우. 자신을 보육원에 맡기고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함께 살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경우. PC방에 갈 돈은 천원도 빌려주지 않으면서 인수를 치과에 데려가 진료비를 내주는 경우. 선량하고 반듯한 경우의 존재는 한없이 이질적이고 어딘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인수와 경우,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모여 나름의 질서로 공동생활을 하는 ‘우리집’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들 무렵 위기는 갑작스레 찾아온다. 어느 한겨울 밤 자해공갈을 시도하다가 뺑소니를 당하고 만신창이가 된 가출청소년 A가 ‘우리집’의 문을 두들긴다. 이윽고 지금까지 아이들이 겪었던 무질서나 비행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아이들의 연대도 단숨에 산산조각난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모두가 패닉에 빠졌을 때,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택지를 주장하는 경우의 의견은 겁에 질린 다수의 아이들에 의해 묵살당한다. 짓밟히는 경우를 외면하고 “세간의 평가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상식적이지 않은”(190면) 선택을 해버린 인수와 아이들. 인수의 몸과 마음은 죄책감과 후회로 망가져간다. 벌레가 피부를 기어다니는 듯한 끔찍한 환촉, 망령들이 주변을 떠도는 환상, 뼛속까지 파고드는 정체불명의 한기로 벼랑 끝에 내몰린다. 결국 나약하고 의존적인 마음으로 붙잡은 것은 경우의 손이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인수는 부모도, ‘우리집’의 아이들도 철저히 외면한 채 도망친다. 경우와의 만남마저 회피하고 우연히라도 자신의 과거의 흔적을 마주칠까 두려워하며 고독한 새 출발을 결심한다. 하지만 한번 망가진 마음은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고 여전한 환각과 한기가 십수년째 인수를 괴롭히고 있다. 이호는 그런 ‘어른이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인수에게 찾아온 실낱같은 희망이다. 자신조차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온 인수는 이호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걸을까 염려하며 보살피고, 그 과정에서 애써 잊어온 과거와 대면하며 속죄와 희망의 길을 발견한다. 저 멀리 밀어뒀던 경우의 존재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여간다. 죄책감과 수치심, 혐오와 불안이 씻겨 내려가기 시작한다.

 

읽으며 갈무리한 부분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책을 읽고 나서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TV드라마나 영화 때로는 저녁 뉴스에서 가출청소년들의 비행에 관한 얘기들이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어휴, 밖이 얼마나 위험한데 저렇게 노숙을 해!!' 내지는, '범죄의 온상이 되는 가출팸이 참 문제네, 한 번 엮이면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던데  어서 구조되었으면 좋겠네' 였다. 이제 책을 읽고나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참 무심했구나,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잘 못 됐구나 였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집을 나왔겠고, 집을 나와 어떻게든 살아야 되다보니 가출팸이든 범죄든 의식없이 저질렀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조금씩이나마 청소년들의 목마름을 이해해 보고, 그 폭을 넓힌 느낌이다. 

 

'경우 없는 세계'

책 읽기 전에는 제목이 참 궁금했었다. 도대체 무슨 경우가 없다는 얘기일까. 이제 완독러인 지금은 안다. 책 속에서 경우는 참 바른 아이였다. 무질서한 아이들의 공간 속에서 '경우가 있는 세계' 는 그나마 청결을 유지할 수 있었고, 나름의 규칙을 통해 상식이 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소설 막판에 접어들수록 경우는 코너에 몰리게 되고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든다. 즉 '경우 없는 세계' 가 곧바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경우 없는 세계' 는 그렇게 물리적으로 경우의 부재를, 한편으론 경우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는 도리,기본기,상식 등이 빠져나가버린 세계를 의미하고 있다.